시사

노아의 방주와 한반도 평화 염원 ?

男女共存 2023. 10. 17. 14:09

https://naver.me/F3O11CE8

57억원 들인 현실판 ‘노아의 방주’, 한국에 설치될까

10여년 전 제작돼 전 세계적인 관심을 끈 현실판 ‘노아의 방주’를 한국에 설치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17일 기독교계 인사들로 구성된 ‘한국노아의방주유치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네

n.news.naver.com

기사를 읽다 뭔가 이상하다고 느낄 때가 있다. 이 기사 역시 그랬다. 촉이 한 번씩 오는데, 파보면 역시나 이상한 부분이 있다. 대신 심증만 있을 뿐 결정적인 물증은 없어 맞다고 단언할 수 없다.

네덜란드 사업가가 건조비 57억원을 들여 지은 노아의 방주를 기증했고, 기증을 이끈 한국의 사업가는 사재 50~70억원을 따로 들여 한국으로 운반/설치/보수하기로 했다. 한반도 평화 염원 덕에 일이 성사되었다고 한다. 기부, 평화 등 아름다운 말들 뿐이라 건드리기가 조금은 망설여진다.

우선 한반도 평화와 노아의 방주가 무슨 상관인가?
예상컨대 "하나님의 뜻 = 인류의 평화" 와 같은 상징성 정도가 아닐까 싶다. 실물을 보며 하나님 말씀을 실감하면서 평화에 대한 자각을 불러오고 선교적인 효과도 기대하는 것 같다.

배 주인 요한 휘버스?
따로 파봤더니 이 네덜란드 갑부 사업가는 독실한 기독교인으로서, 어느 날 꿈을 꾼 뒤 2004년 1/5 크기로 첫 노아의 방주를 제작했다고 한다. 처음부터 돈을 노리고 만든 것은 아닌거 같지만 입장료만 350만불을 벌어들였다고 하니 꽤나 짭짤했다. 여세를 몰아 2008~2012년에 거금 57억원을 들여 성경에 나오는 크기와 동일하게 제작한 것이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났고 시들해질 즈음 반가운 제안을 받는다. 종교적 신념을 담은 자신의 역작이 국제적으로 가치있는 일에도 쓰이게 된다니 얼마나 영예롭겠는가?

박두호 회장의 사재 출현?
배 기증을 이끌어내고, 노아의 방주용으로 노아스페이스라는 회사를 이미 설립했으며, 건조비를 웃도는 운반/설치/보수 비용을 직접 대겠다고 하고, 지자체와 협상까지 진행 중인 키맨 박두호라고 하는 분은 대체 누구일까? 구글링을 해보니 자수정, 석유와 같은 광물/자원 개발업을 하면서 한 때 핫했던 바이오산업에도 손을 댄 "전형적인 사업가" 다.
또한, 기독교와 관련된 대외 활동이 활발한데 그의 이름 뒤에 붙은 "산업선교" 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온다. 풀이하자면 '산업화된 사회 속으로 들어가 선교한다' 정도다. 아무래도 "전형적인 사업가"들의 성역이 아닐까 싶다.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
박두호라는 자는 노다지를 캐는 사업을 한다. 노아의 방주 역시 뜬금없어 보이지만 기가 막히게 스토리텔링을 해서 경기/인천 어딘가를 관광 명소로 만들어낼 지도 모른다. 기독교계 뿐만 아니라 좀 더 영역을 넓혀 만천하에 자신의 이름과 함께 회사의 이름을 드높일 수 있는 기회다. (물론, 신자로서 하나님에게도 큰 점수를 딸거라고 믿을 것이다.) 노다지인 만큼 자금력과 함께 치밀한 기획력과 실행력이 필요해 보인다. 지금 이 기사도 스토리텔링의 서막쯤 될 것이다.

50~70억 사재 출현?
사실 이 부분은 의심이 된다. 말 그대로 사재를 출현하기만 한 거 아닐까? 순수 기부헌납 아니고 나중에라도 투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다분히 높아 보인다.
과연 실행비가 70억이나 들까라는 점도 의문이다. 총 57억 주고 만든 배에 무려 70억을 태운다?  
한편, 보수비는 미지수다. 리노베이션을 통해 좀 더 어트랙션 퀄리티를 높이는 작업을 진행할텐데 박두호 회장 개인 의지로 자신의 생돈을 기부해가며 얼마만큼이나 완성도를 높이려는지 궁금할 뿐이다.

"경기/인천 지자체에서 관심을 보인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나무 덩어리 뭐 받아는 줄게~" 가 아니라 지자체의 유치 경쟁이라는 관점으로 바라보자. 만약, 박두호 회장을 통해 지자체가 배도 무료로 기증 받고, 운반 설치 및 내부 보수까지 다 해서 갖다 준다? WHY NOT 인가? 지역 내 관광객 유입 효과는 물론 입장료 수입도 발생하지 않던가? 박두호 회장이 슈퍼갑이고 지자체가 슈퍼을이 되는 것이다. 지자체도 고개 숙일 줄 안다. 근데, 지금 이 기사 딱 봤을 때 지자체가 과연 슈퍼을처럼 보이는가????
박두호 회장이 70억원을 순수 개인 호주머니 털어 헌납할 가능성이 낮아보이는 이유이며, 설령 순수 헌납한다고 해도 다른 수를 써서 본연의 사업적인 이득을 취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이는 이유다. 그게 입장료 수입이 됐든 부근에 자판기/푸드코트 사업권 우선순위가 됐든 아님 개발업/바이오산업에 대한 지자체의 편의 제공이 됐든 말이다.

산업선교 사업가 개인의 순수한 의도를 폄훼하는, 기독교인한테 괜히 시비거는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세상에 순수한 것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대형교회 목사들도 상당수가 세습에 혈안인데, 다른 어떠한 사심 없는 순수한 목적을 가지고 하는 거라고 어찌 단정할 수 있는가? 사업가들이 돈을 벌려고 종교를 팔아먹는 짓은 안 해도, 사업이 더욱 번창해지도록 하는데 교회의 힘을 빌려온 건 너무도 자연스런 일이었다.

기사의 포장지가 왠지 궁금하게 생겼어서 그 속을 조금 들춰보았을 뿐이다.
배가 한국으로 들여오는 것은 이제 시간 문제인 것 같다.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