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

일제강점기 및 징용 사과 요구에 대한 생각

男女共存 2023. 3. 15. 08:23

어렸을 때 학교에서 정신 교육을 통해 가장 많이 심어져 온게 바로 반일 감정이다.
한일전에 열광하는 이유는 공교육의 영향도 크다. 그 때만큼은 우린 하나가 된다.

국제 정치의 세계는 오직 강자와 약자만 있다. 약육강식. 강자가 아니더라도 운 좋고 머리 잘 쓰면 강자와 동맹 관계를 맺거나 중립에 서기도 한다. 하지만 이해 관계가 틀어지면 언제 또 굴복당할지 모른다. 이게 바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어진 인류의 역사요, 문자 그대로 "강자의 역사"다. 강자는 영원하지 않으며, 현실은 언제나 냉혹하고 잔혹하며 위태롭다.

스스로를 고립시킨 조선과 청과는 달리 일본은 메이지유신을 거치며 동아시아의 신흥 강자로 등극하였다. 더욱이 산업혁명 이후 재화의 공급 과잉 사태가 벌어지자 세계 열강들은 식민지를 무서운 속도로 늘려 나갔는데 일본도 가만 있을 수 없었다. 가까운 한반도와 대륙은 일본의 밥이 되어야 하는 위치였다. 땅을 강제로 빼앗고 식민 통치를 펴나가기 시작했다. 약탈과 살육은 기본이다. 여자는 강간당하고 남자는 군이나 중노동판에 강제 징용된다. 아이들에겐 세뇌 교육을 시킨다. 관동대지진 때는 아무 잘못 없는 조선인에게 누명을 씌워 6천명을 학살한다. 처음엔 무력으로 길들이지만, 차차 유하게 문화적인 수법을 쓴다.

우리 민족에겐 가장 나쁜 놈은 일본놈이다. 우리 외할머니는 위안부로 끌려갈 뻔 했다. 세상에 그렇게 악독한 놈들이 또 있을까 싶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많다. 아프리카, 아메리카, 인도, 동남아시아 민족에겐 일본인이 아닌 유럽인들이 세상에서 가장 나쁜 놈이다. 영국 포르투갈 스페인 프랑스 등 식민지 쟁탈에 앞장섰던 국가들은 인정사정 없이 독했기에 그렇게 할 수 있는 거다. 한반도와 일본은 그나마 가까운 편이다. 아프리카나 아메리카 대륙의 유럽 식민지 노예들이 징용되면 선실 내 선반과 같은 비좁은 곳에 몸을 뉘이고 사슬에 묶인 채로 대양을 건넜다.
일본이 유독 악랄하게 주변국을 괴롭혔다는 건 안타깝지만 편협한 착각이다. 게다가 우리 민족 입장에서 다른 침입국들도 많았는데 유독 일제의 만행에 치를 떠는 것은 시기적으로 가장 가까운 영향이 크다.

공교육을 통해 심어진 우리 민족에 대한 개인적인 IMPRESSION은... 우린 언제나 남이 쳐들어오는 것만 막았고, 우리가 남을 먼저 괴롭히거나 침략하진 않았다는 거였다. 약소국. 참으로 착하고 가엾은 민족이다. 왜놈은 임진왜란을 기점으로 끊임없이 우릴 괴롭히려 들어왔고, 몽골족을 포함한 중국 대륙 역시 수시로 쳐들어 와서 고개를 숙일 것을 강요했다. 미국과 소련은 우리의 의사와 무관하게 자기들끼리 남북을 가르고는 한치도 양보하지 않았다. "외세의 탄압을 잊지 말고 심기일천 열심히 공부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어 더이상 약소국의 설움을 받지 않도록 다함께 힘을 모으자" 정도가 당시 공교육의 슬로건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런데 과연 우리 민족은 언제나 약소국이었을까? 남을 괴롭힐 힘조차 없었던 민족? 혹시 일제의 식민사관이 이러한 관념을 교묘히 주입시킨 것은 아닐까?  
고구려 사회는 약탈 경제였다. 북방의 땅덩이는 넓으나 온통 산악 지대라 먹을 것이 부족했다. 때문에 따뜻한 남부 평야 지대나 해안가로 내려와 수탈해가거나 정기적인 상납을 요구했다. 말 안 들으면 칼이다.
영토 확장을 예로 들어볼까? 우리 민족 역시 영토 확장에 혈안을 올리던 시기가 교과서에도 등장한다. 그 문장을 읽는 우리 또한 그 때 영토 좀 많이 확장해놓지 싶다. 영토 확장이라는 것은 전쟁을 동반한다. 아무도 땅을 그냥 내어주지는 않는다. 그 과정에서 "옛 땅을 되찾겠다"는 건 '명분 세우기'에 불과하다. (서로 먹고 먹히는게 땅인데 명분은 만들기 나름이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지역은 영토 점령의 역사가 복잡하기 이를데 없다. 그냥 마지막 승자의 역사가 현재로 이어지는 것이다.) 고구려가 광활한 영토를 차지했다는 것에 자랑스러움을 느끼고 있다면 그 안에 살육과 약탈, 호전성도 들어가 있다는 사실을 알길 바란다. 고려가 고구려를 계승했다는 것은 북방 지대를 되찾아 오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전쟁을 일으키지 않고서는 그 땅을 수복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알길 바란다.
만주벌판을 차지한 중국 입장에서는 조공을 바치는 조선왕조가 고구려의 역사를 감히 밝게 비추길 바라지 않았을 것이고, 일본제국 역시 고구려의 기상을 조선인들이 역사서를 통해 느끼길 바라진 않았을 것이다. 즉, 외세에 의해 고구려의 역사, 나아가 우리 한민족이 고대부터 북방 지역을 점유했던 역사가 통째로 축소 은폐되지 않았을까?
지금 우리에게 정작 필요한 것은 역사에 대한 그릇된 편견과 고정관념을 깨는 것부터가 아닐까 생각된다. 그래야 바른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정리]

편견과 고정관념을 깬 상태로 다시금 일본을 바라봐야 한다.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눈으로 말이다. 그럼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뭔지가 보일 것이다.
일본이 나빠서 식민 지배를 한 것이다? 강간, 위안부, 강제징용, 수탈, 괴롭힘 등 일본놈들만 유독 악랄하다? 우리 민족은 침략 전쟁을 일으키지 않았다? 고구려 및 고대 북방 지역에 대한 인식 등... 모두 우리가 가지고 있는 편견과 고정관념이다.
일본은 또 언제 우리를 괴롭힐지 모른다. 지리적으로 그럴 수 밖에 없는 운명이기도 하다. 지난 뼈아픈 역사를 교훈 삼아 앞으로 이런 일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바로 우리가 해야할 일이다.

사과를 받는 것은 필요하지만, 문제는 일제 징용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하면서 외교적 갈등이 커지고 이로 인해 커다란 벽이 생기는 것은 우리에게 과연 도움이 되는 일인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일본이 과연 우리가 요구하는 수준의 사과를 하란다고 지금 할까? 아닐 것이다. 게다가, 사과를 받아서 다음에 이런 일이 또 벌어지지 않는 거라면 그 사과는 무슨 일이 있어도 받아야 한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나쁜 놈 타령만 계속 하고 있을 때가 아닌 것이다. 안 될줄 알면서도 하는 이유는 정치적 효과도 크기 때문이다.
전쟁에 미안한게 어디 있단 말인가? 진 사람이 "잘못 했습니다"다. 진 사람이 다 배상한다. 승자의 역사요 약육강식의 역사다. 이젠 무력 전쟁이 줄어든 대신 화폐/무역 등 새로운 유형의 전쟁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그 전쟁에서 강자가 최종 승자가 되고 상대를 초토화 시켰다면 그 강자는 반성해야 하는가? 사과와 보상은 언제나 전쟁 패자들이 해왔다. 일본이 연합군에게 졌지, 대한민국에게 져서 2차대전 항복한 것이 아님을 인정해야 한다. 독립투사의 불굴의 의지와 민족의 혼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든 것에 자랑스러워 해야 하지만, 부디 인정할 것은 인정하자.
일본에게 진정 사과와 보상을 받고 싶다면 대한민국이 일본에게 무릎 꿇라면 꿇을 정도로 상황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일본이 우리에게 무척이나 아쉬운 입장이 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이 시간에 뭘 해야 하나? 붙잡고 사과 또 요구할텐가? 부국강병 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자. 힘을 키워야 누구한테 사과를 받든 굴욕을 주든 모든 이에게 자비와 사랑을 베풀든 평화에 앞장서든 할 수 있다. 힘 없는 정의는 무능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