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

종교의 자유

男女共存 2023. 3. 13. 15:02

종교의 자유가 없는 나라보단 있는 나라에서 살아서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듭니다. 종교의 자유가 제한된 나라라고 하면 북한, 중국, 중동국 정도가 떠오르네요. 종교의 자유는 곧 개인의 자유를 가늠하는 하나의 척도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것이 반드시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골칫거리가 따라다니지요. 그건 바로 사이비 종교의 창궐입니다. 시사 고발 프로그램을 통해 드러난 피해는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걸 알려줍니다.
만약, 대한민국이 신앙을 규제했다면 JMS, 만민중앙교회, 신천지와 같은 종교 단체들로 인해 사회가 떠들썩 할 일들은 애초에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며, 그 수많은 피해자들은 양산되지 않았을 지도 모릅니다.

종교에서는 어떤 대상을 두고 신이라 지칭합니다. 근데 정말 신일까요? 인간에 의해 신격화된 것 뿐일까요? 오직 신만이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 것도 신이 있다면 말이지요. 모두 '주장'의 영역일 뿐 근거는 박약합니다. 그러다보니 근거를 찾는 과정에서 미신적인 요소가 발생합니다. 가령, 자연 속에 패턴을 찾아내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죠. 또한, "증거하심", "역사하심"이라는 표현을 반복함으로써 신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도 합니다.
다른 한 쪽은 주로 종교가 주장하는 교리의 모순성과 허위를 밝혀내 공격하는 방식을 취합니다. 과학이 신은 없음을 증명하진 못할지라도 종교인들의 입지를 상당 부분 약화시킨 것은 사실입니다.
성경, 코란 등의 경전만큼은 신앙인들 입장에선 꽤나 내세울 만한 근거 자료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리스도교인들 조차도 구약을 순도 100% 있는 그대로 믿는 자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말 그대로 '신화적 요소'(마술/소설적 요소)가 가미되었음을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오늘 날 박혁거세가 진짜 알에서 나왔다고, 단군 할아버지의 조상이 진짜 곰이었다고 믿는 사람은 없겠죠? 동서고금을 통틀어 인류사는 대체로 유사한 흐름을 나타내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성경의 플롯이 고대 페르시안 신화의 방식을 일정 부분 차용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 점을 인정하면 신앙심은 불량하다는 소리를 듣겠지만, 대신 신을 바로 보는 눈을 얻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마주해온 신은 어디까지나 인간으로부터 주장된 존재이며, 경전은 fiction적 요소를 가미했다는 사실이 인정될 때 우린 신을 향해 한 발 앞으로 갈 수 있습니다.

사이비 교주는 보통 자기 자신을 메시아라 합니다. 신도들에게 독자적인 교리를 세뇌시킨 후 자발적으로 재산을 헌납케 하고 노예처럼 부리면서 사리사욕을 채웁니다. 하지만 그 것을 보고도 어찌 손쓸 도리가 없는게 대한민국의 현실이죠. '눈뜬 장님'처럼 말입니다.
그러한 갈취로 인해 가정이 파괴되고 지역 사회가 오염됨에도 불구하고 건드리기 어려운 이유는 바로 신도들의 '자발성' 때문입니다. 즉, 사전적 의미의 '갈취'가 성립할 수 없습니다.  빼앗았지만 빼앗은게 아니죠. 세뇌가 그렇게 무서운 겁니다. 세뇌를 당하면 빠져나올 수 있는 구멍이 너무 좁아져 버립니다.
'메시아'인 자신의 뜻에 따라 그대가 죽어서 천당에 갈지 지옥불에 갈지 결정된다고 주장하는 것을 두고 공갈/사기죄로 고소할 수도 없습니다. 그가 사후 세계에 대한 권능을 가졌다며 '세뇌'시키는 그 내용들이 거짓말이라는 증거가 없기 때문입니다.
즉, 종교의 자유를 보장해주는 사회일 수록 사이비 종교가 창궐하기는 아주 좋은 환경입니다.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신'의 영역에,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주장'과 '세뇌'의 영역에 공적 권력이 칼을 빼들 것이냐의 문제를 두고 고민해야 하는데, 대한민국 헌법적 가치인 '자유권'에 칼을 들이밀만 한 명분을 찾기란 쉽지 않죠. 문제의 것이 설령 JMS일지라도 말입니다. 답답한 노릇입니다.

반면, 종교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요? 바로 사회가 법과 공권력을 동원해 개인의 종교적 자유권을 구속하는 것입니다. 정해진 종교만을 믿게 한다든지, 아니면 북한처럼 종교를 외세의 침입과 체제 불안을 야기하는 인민의 아편으로 규정하면서 실제 전부 배척하는 경우입니다. 주로 왕조 등 독재 국가에서 나타나는 특징이기도 하고요. 이란과 같이 종교와 정치가 아직 분리되지 않은 상태인 신정제 민주주의 국가들 역시도 해당됩니다.
대신 장점이 있습니다. 사이비 종교가 난립할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사회에 불안을 주겠다 싶으면 신앙이든 뭐든 가차 없이 살벌한 통제가 들어가지요. 내부 분열 및 갈등 요소가 사라지고 대통합의 밑거름이 될 수도 있겠네요.

그럼 여러분은 어느 국가에서 살고 싶으신가요?
저는 서두에 말씀드렸듯이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국가에서 살고 싶습니다. 개인의 자유권을 누구에게도 침해받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종교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고 봅니다. 종교에 대한 통제가 이루어지는 사회는 언론과 출판의 통제도 심합니다. 이동, 여행, 거주이전, 표현, 집회와 결사 등 모든 영역에서 개인에 대한 제제가 들어갑니다. 저는 그러한 사회에서 살고싶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을 헬조선이라 비난하며 사회주의 독재 국가들, 심지어 행복지수가 높다는 부탄과 같은 나라를 부러워하고 비교하는 분들은 제발 그 곳에 가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사회가 종교를 구속, 통제할 줄 몰라서 안 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이비 종교 단체들에게 로비를 당해서 공권력이 마비된 것도 아니고요. 사이비 종교가 체제를 정말 위협하는 수준이였다면 벌써 소탕됐을 것입니다. 박정희가 이정재를 조리돌림한 뒤 죽이고, 노태우가 범죄와의 전쟁을 벌이며 조직폭력배들을 일거 소탕했던 시절에도 사이비 종교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사회적 영향력이 폭력 집단보다는 미미한 이유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을 비관하지 않도록 마음을 진정시키는 역할도 하지 않습니까? 끝으로, 국가가 헌법의 자유주의 정신을 지키는 차원에서 사회질서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역할만 행사하려는 부분도 있었을 것입니다. 결국 더하기 빼기를 한 결과 우선 순위에서 밀려나다보니 매번 방임의 대상이 된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이비 종교의 창궐을 조장한다 할지라도 종교의 자유에 대한 지금까지의 기조에서 대한민국은 크게 벗어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그동안 방임했던 거라면, 꼭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입니다. 그게 이번이길 국민들도 원할 것입니다. 그러나, 제제를 가하더라도 신중히 접근하면서 문제를 풀어 나가리라 믿습니다.

국가의 실체는 대체 무엇인가에 대해 의문을 다시 갖게 됩니다. 단위 공동체인 국가가 균형을 잃고 한 쪽으로 치우쳤던 사례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 권력 쟁투가 벌어지고 기득권은 기득권대로, 아닌 것은 아닌 대로 각자의 이익을 위해 힘을 모으고 투쟁합니다. "이긴 자의 역사"란 말이 있듯이, 국가 운영의 주도권 역시 이긴 자의 몫이 됩니다. 따라서, 실존적 개인이 실체 없는 국가에 맹종 내지 과잉 충성하는 것은 너무 Naive한 태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국가 역시 사이비 종교 못지 않은 두 얼굴의 악독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북의 주체사상, 신정일치, 국가주의, 전체주의 등 국가 이데올로기 속에서 얼마나 많은 개인이 희생당했는지를 기억해야 합니다.
사이비 종교는 어쨌든 개인의 선택이 필요 조건입니다. 하지만, 국가 차원의 이데올로기, 사상 및 종교의 강요는 스케일도, 무게감도 다르고 개인의 선택권이 처음부터 배제된 상태로 시작됩니다. 한 번 흐트러지기 시작하면 사이비 종교보다 더 무서워지는게 바로 국가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다양성이 인정되는 나라일 수록 교류가 활발하고 발전하는 사회입니다. 종교에 '사이비'와 '이단'이라는 꼬리표를 걷어내면 '신흥 종교'라는... 쉽지만 낯선 이름이 보입니다. 전통을 자랑하는 거대 종교만을 꼭 믿어야 하는 것일까요? 획일화가 아닌, 다양성이 인정되는 사회일 수록 신흥 종교, 새로운 학문, 새로운 기술, 새로운 정치이념과 가치관이 끊임없이 상호 견제, 교류하면서 흥망성쇠와 정반합의 과정을 거칠 것입니다. 이러한 사회가 폐쇄적인 사회보다 훨씬 건강한 사회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