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흐마니노프 - 홍석원 손민수 한경필하모닉
감동적인 라이브 클래식 공연이었다. 오케스트라 단원이 무려 80명에 가까웠다. 현악기만 50대였다.
1. 콘서트홀 음향 문제
실황 녹화한 유튜브 영상에서는 피아노 소리가 잘 들리지만, 공연장에선 1층, 2층, 3층 할 것 없이 피아노 소리가 묻혔음을 확인했다. 앞의 일부 좌석을 제외하면 대부분 관현악 소리에 피아노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답답했을 것이다. 손민수가 피아노를 너무 잔잔하게 치는 스타일이라, 파워가 부족해서 그런가보다 오해했었다.
음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연장에 스피커를 달았다는데, 과거에는 무대에 스피커가 위치했다면 이후 공사를 통해 2층 등 객석 쪽에 스피커를 달았다고 한다. 하지만, 스피커를 켜지 않은 공연이었던 것 같다. 80명의 관현악 소리가 마이크 없이도 충분히 웅장했기 때문 아닐까?
2. 지휘자의 동작과 단원들과의 호흡
매우 훌륭했다. 두번째 곡인 교향적 무곡은 지휘자가 마치 춤을 추듯 큰 동작을 보였다. 거의 퍼포먼스 수준이었다. 지휘하다 떨어지는거 아닌가 걱정했다. 난간이 그렇게 잘 설치되어 있는지 몰랐다.
단원들과 지휘자와의 호흡도 찰떡 궁합이었다. 듣기가 편했다. 소리가 정말 고퀄이었다. 설명할 수 없는 그 고퀄감. 이래서 클래식 음악을 듣는구나 싶었다.
3. 선곡의 의미
라흐마니노프 탄생 150주년이 되는 해라고 한다. 극도의 신경쇠약으로 긴 공백기를 가졌던 라흐마니노프가 이를 극복하면서 재기를 성공시킨 곡이 바로 피아노협주곡 2번이다. 얼마나 자신의 모든 예술혼을 불태웠겠는가? 완전 나락까지 갔다가 올라오면서 만든 곡인데... 그 예술혼이 막 느껴졌다. 관현악의 소리가 너무 웅장하고 깨끗하고 경쾌하고 좋았다.
두번째 곡은 의외로 너무 좋았다. 큰 기대를 안 했다. 알고보니 죽기 전 마지막 작품. 유작이다. 투병 중에 작곡했을 뿐 아니라, 자신의 죽음을 어느 정도는 예감했을 것이기 때문에... 곡에 여한 없도록 또 모든 것을 담지 않았겠는가 싶었다. 무곡답게 정말 환상적이고 러시아 특유의 묘한 느낌이 아주 잘 살려져 나왔다. 최고였다. 피아노협주곡보다 더 좋았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라흐마니노프가 하늘에서 흡족해 했을거라고... 왜냐하면 감동을 선사하느냐는 결국 지휘자와 연주자들의 몫이었기 때문이다. 곡에 내재된 영혼의 충만함이 공연장에서 뽑아져 나왔다.
이래서 클래식 음악이 아직도 사랑받는구나를 느끼게 해주는 공연이었다.
